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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LG 올인원 컴퓨터 23V54 업그레이드 with 수원 양심컴퓨터

by 로디스케리 2019. 1. 6.

여느 때와 같이 퇴근이 기다려지는 오후 5시, 한 통에 전화가 걸려왔다.

"뭐 해?"

"일하죠.."

"저녁에 한잔할래?"

"왜요?"

"그냥.."



[부천시 어딘가에 숨어있는 이자카야. 여기는 맛집]

보나 마나 부탁이라 생각했지만, 흔쾌히 약속을 잡는다. 만나면 술도 사주고 좋은 사람이다. 퇴근 후 술자리를 좋아한다. 주말엔 쉬자.

"여기서 먹을래?"

"좋아요"



[먹고 남은 술병들, 메뉴판 역할도 있지만 난 잘 모른다]

두 남자가 나란히 옆으로 앉아서 메뉴판을 보고 있다. 은은한 조명과 시끌벅적한 사람들 소리, 하루를 마무리하는 소리 듣기 좋다.

"뭐 먹을래?"

"메로구이, 나 메로구이 먹을래요"





주문한 메뉴가 나올 때까지 가볍게 생맥주 한 잔을 들이켠다.

"크으.. 난 술 섞어먹기 싫은데"

"괜찮아, 그냥 마셔"




[비싸다 적어도 나한테는]

메로구이, 오래전 친구가 추천해줘서 먹은 기억이 있다. 특유에 비린 맛이 일품이다. 씹다 보면 고소하기까지 하고 입안에서 터지는 기름은 느끼하지도 않다.

"와, 맛있네"

"응 맛있네"





"근데 무슨 일이에요?"

"아, 집에 컴퓨터가 안돼"

"어떻게 안되는데요?"

"몰라 그냥 너무 느려"

"알았어요, 그럼 조만간 퇴근하고 집으로 갈게요"




그렇게 해서 사무실로 가져온 LG 올인원 컴퓨터 23V54, 신혼 때 혼수로 구입했다고 한다.

'아.. 이 돈이면 그때 당시 최고 사양으로 조립이 가능했을 텐데'

'차라리 아이맥을 사지..'

사용빈도가 낮은 PC인데 아무려면 어떠리, 잡생각 그만하고 문제부터 해결하자.



[이 부분은 생각보다 쉽게 열수 있다]

부팅해보니 알만하다. 브랜드 PC가 다 그렇지 뭐 자기네들과 협의된 프로그램이 대부분 메모리를 차지했다. 구입 후 단 한 번도 윈도우 재설치를 하지 못한 것 같다.

"이러니 느리지"




[손 쉬은 인터페이스는 사용자를 위한 것이 아닌 브랜드 엔지니어를 위한 것]

요즘 구형 컴퓨터는 다 한다는 SSD (Solid State Drive) 업그레이드를 해야겠다. 하지만 기존 데이터도 살려야 했다.

"자료 못살리면 지워도 돼, 다 아기 사진이야"

"아녀요 살릴 수 있어요"




[그래도 DDR3, PCI가 12800 아직은 쓸만하네]

메모리 확장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4GB RAM을 둘 다 버릴 순 없으니까.





볼트 하나 풀어주고 '나 잡아봐요' 하며 튀어나온 밴드를 잡고 당기면 쉽게 빠진다.



[4개나 풀어줘야 하는 불편한 진실.. 왜 이런 건 원터치로 개발 못하냐!]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프레임도 제거해줘야 한다. 그래야 기존에 있는 하드 디스크가 제거되고 새로운 SSD를 연결할 수 있다.


이 녀석은 아주 구닥다리 IDE 디스크까지 연결해서 USB 포트로 데이터를 전송해주는 아주 고마운 케이블이다. 컴퓨터 좀 고쳐봤다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고, 오랜만에 꺼내보네"





IDE는 기본이고 SATA 케이블부터 e-SATA 케이블까지 구비되어 있다. 사용빈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보관상태가 아주 좋다.





연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냥 구멍 맞는 데로 연결해주면 된다. 단, 별도에 전원을 컨트롤해주는 스위치가 없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스위치형 멀티탭 사용을 권장한다. 뭐든 안전이 제일이다.




[용량이 상당하다. 정리 좀 하지..]

그리고 사용 중인 다른 PC에 USB 포트로 연결해주고 복구 프로그램으로 복구하면 된다. USB 드라이브로 인식이 잘 됐다. 안됐으면 날리는 건데 다행이다. (아기 사진 때문에 복구업체로 의뢰하진 않을 것 같아 보였다)




[장작 6시간 동안 복구한 건 안 비밀]

이러고 있다.

"스캔 돌려놓고 밥 먹으러 가야겠네"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지.. 암.. 그렇고말고..]

한쪽에서는 복구 중이니 그동안 나는 이 녀석을 이식해줘야겠다.





낯설지만 한눈에 들어오는 LG의 BIOS 설정 메뉴 화면





여기서 절체절명의 문제에 고착되고 만다.

"어, 뭐야! USB 부팅이 안되네?!"

새로운 SSD를 연결해 인식까진 되는데 이후 윈도우 설치를 위해 부팅 순서를 USB 드라이브로 변경해봐도 이 녀석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것저것 다 건드려봤지만 도무지 방법을 찾지 못해, LG 서비스 웹사이트에도 문의를 남겨봤다. 하지만 답변이 없다. 답변을 늦게 한 것이 아닌 답변이 아예 없었다.

"뭐야 LG 짜증 나네.."

별 수없이 블로그를 검색하던 중 이와 같은 모델에 SSD 업그레이드를 해결하신 블로거님을 만나게 되었다.





은인이다 은인이야..

아.. 사장님 정말 닉값하십니다.

덕분에 해결했어요!


마우스나 키보드 고장도 직접 수리하시는 것 같다. 하드웨어 고장 나면 무조건 여기로 가리라. 아 물론 택배 발송으로.





시큐어부트가 원인이었다. 이렇게까지 부팅에 대해 민감하게 만들어놓은 이유가 있다. 어깨너머로 배운 컴 초보가 USB로 윈도우 설치해주며 부팅 순서 건드려놓고 대부분 바꾼 순서를 원상복구 시켜놓지 않는다. 그럼 사용자는 본인이 저장용으로 사용했던 USB를 본체에 연결하고 부팅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메인보드는 저장된 순서에 따라 부팅하기 때문에 USB 메모리를 먼저 인식하고 부팅이 안되는 거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야, 니가 할 땐 잘 됐는데 니 가고 나니까 컴퓨터가 안돼"

"왜? 어떻게 안되는데?

"몰라 그냥 검은 화면이야"

"뭐라고 쓰여있어?"

"아 몰라 영어야"





이렇게 해서 SSD 업그레이드와 윈도우 설치가 완료되었다. 아, 물론 데이터 백업도 100% 복구되었다. 단일 파티션이라 복구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긴 했지만.. 부팅 속도가 예술이다. 컴퓨터 잘 모르는 사람들 아직도 하드디스크 사용자들 몇몇 있다. 빨리 SSD로 변경하고 속도의 신세계를 느껴보기 바란다.

"업그레이드? 지금도 괜찮은데 뭐 하러 돈 주고 해, 컴퓨터 전원 버튼 누르고 담배 피우고 오면 부팅 끝나서 괜찮아~ 허허허~"


물론 느린 컴퓨터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 취향이니 존중해주자.. (혹시 변x?)

다시 한번 이번 업그레이드에 핵심 역할을 해주신 양심컴퓨터 대표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표한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기회 된다면 소주 한 병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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